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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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와 엔지니어와 작가 사이기록/Life-Image 2020. 8. 27. 21:27
올해 초 미래에 대해, 지금에는 좀 큰 문제였을지 모르겠다. 사실 크던 작던 중요한 건 아닌 문제가 될 것이다. 2019년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음향 엔지니어를 준비했다. 나는 계원예대라는 학교에서 융합예술과 라는 소위 동시대 미술을 실천하는 과에서 공부를 했다. 3년이란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작가가 되긴 글렀구나 하고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나면 이 부분에 대해서도 좀 적어보려고 한다. 예대에 다니던 사람이 왜 갑자기 음향 엔지니어를 준비하게 된지도 따로 적어보겠다. 어쨌든 이 글에서 적고 싶은 건 음향 엔지니어가 되기로 결심하고 1년이 지나 나는 다시 개발자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2020년 초까지 계속 엔지니어 도전에 실패하다가(코로나가 원인이라고 생각은 안 하지만 공고의 수에는 영향을 미쳤다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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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록/Untitled 01 2020. 8. 27. 21:23
11시 5분, 지나간 시간이 아니다, 원래는 11시 50분부터 천천히 걸어온 시간이다. 그때부터 시간은 멈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잊을만하지도 못하게 나에게 더 다가왔다. 그렇게 1분 1분이 흘러(사실은 초침이 움직였을 텐데 12시를 가리켰다. 0시인지 12시인지 전혀 알 수 없는 모습으로 본인을 가리키는 건지 나를 가리키는 건지, 날카롭게 쏘아본다. 멈췄었다, 분명히 멈췄었다. 나는 다 끝이나 버릴 거라고 속으로 생각했고 기어코 나를 가리켰다. 속으로 다짐하던 것을 다시 한번 다짐했다.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과는 다르다. 그렇게 일은 모두 치러졌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11시 55분이 된 것이다, 나보고 어쩌라고. 또 한 번의 다그침을 준비해야 하는 건지, 내 머리는 코가 되고 모공이 되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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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록/Untitled 01 2020. 8. 23. 23:04
빛이 난다, 이토록 흐리고 저 멀리 천둥소리가 들리는 날에 더 빛나는 눈이란게 있다. 어둠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빛을 상상할 수 없어도 빛남을 배우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리저리 굴려보아도 빛나기 마련이다. 바다는 곧 지면이고 하늘이다. 가르기야 할 수 있을까? 벨벳처럼 흐르는 파도가 비온 날의 물 웅덩이처럼 본인의 모습을 숨기는 걸까. 이윽고 사라진다, 선명했던 그림 한장처럼 한 장면이 연기처럼 일렁인다. 숲이 사라지고 걷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 갈 길을 잃어 초점을 잃어가고 환하게 영역을 펼치던 가로등 아래 꿈틀대며 무엇인가 자신의 색을 드러낸다. 오늘들어 가장 강렬한 진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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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록/Untitled 01 2020. 8. 22. 21:37
손가락 마디 마다 자리하고 있는 관절이 미세하게 떨며 주변 공기를 울리고 있다. (눈을 뜨고 있었지만) 눈을 뜨며 생각했다. 나를 바닥으로 내려버리기에는 머리 위의 가로등 색이 충분하다는 것을. 소켓형 가로등은 무엇이 급했기에 따뜻하지도 매정하지도 않은 그렇기에 하나도 정겹지 않은 LED가로등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게 됐을까. 그렇게 내 눈앞엔 어느덧 아스팔트의 피부가 보인다. 확실히 원한다면 더 깊이 바라볼 수도 있다. 아직은 어둡게 푸르다, 푸르뎅뎅 같은 귀여운 형용사가 어울리지도 않게 떠오른다. 좀 더 다른걸 보고 싶다. 집 앞 아파트 단지 안의 어린이집 창문을 잠그는 레버는 무슨 색이며 -무슨 소리며, 대체 왜 벽돌이었던 아파트의 담벼락은 어정쩡한 식물로 담을 만들었는지. 일어나서 걷고 걷는다,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