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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기록/Untitled 01 2020. 9. 6. 11:34
알고보니 비는 항상 내리고 있었다. 어느곳에 내리는지, 어느 순간인지는 중요하지 않고 항상 내리고 있다는 그 점에 우리는 깔끔한 정신을 바쳐야 한다. 오늘도 나의 시계는 8시 1분을 가리켰고 내가 앉은 이 자리의 천막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오래된 벽이 젖어가는 냄새를 왜 향수로 만들지 않는지 모르겠다. 책이나 나무, 흙이 젖는 향수는 (심지어 빨래마르는 향까지도)그렇게 만들면서. 조향사들의 경험 부재인지 알 수 없었다. 나의 장소는 이곳 저곳으로 흩어지기 시작했고 나는 그것들을 모으려고 하지않았다. 어차피 항상 그곳에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겠다. 눈을 감는 것 조차 바라보는 일이니 도무지 나의 눈을 쉬게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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